전세 이중 가격 현상 (퇴거 보상금, 임대차3법, 토지거래허가제)
2020년 7월 시행된 임대차3법과 2024년 10월 도입된 토지거래허가제가 결합하면서 대한민국 전세 시장에 전례 없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강남, 서초, 송파 지역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3천만 원에서 1억 원까지 퇴거 보상금을 제시하며 나가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세입자를 내쫓는 도구로 활용되는 역설적 현실을 살펴봅니다.
퇴거 보상금이 생긴 구조적 원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84제곱미터 아파트의 사례는 현재 전세 시장의 왜곡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기존 세입자가 계약 갱신 청구권을 사용하면 전세 보증금은 약 7억 8천만 원입니다. 하지만 같은 아파트에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면 전세가는 무려 17억 원에 달합니다. 같은 집, 같은 평수인데 9억 원이라는 엄청난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는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가격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집주인 입장에서 계산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새로운 세입자를 받으면 9억 원을 더 받을 수 있는데, 이 돈을 연 5% 수익률 상품에 투자하면 연간 4천5백만 원의 수익이 발생합니다. 2년이면 9천만 원입니다. 그렇다면 기존 세입자에게 5천만 원의 퇴거 보상금을 지급하고 내보내는 것이 훨씬 이득인 계산이 나옵니다. 마포구 마포레미안푸르지오 24평형의 경우도 유사합니다. 갱신 계약 시 6억 5천만 원, 신규 계약 시 8억 원으로 1억 5천만 원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전세 이중 가격 구조는 임대차3법이 만든 시장 왜곡의 결과입니다. 계약 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는 세입자가 원하면 2년을 더 살 수 있고, 갱신 시 보증금을 5%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제한합니다. 법의 취지는 세입자 보호였지만, 시장에서는 백화점이 단골 손님에게 10만 원, 새 손님에게 15만 원을 받는 것과 같은 불합리한 이중 가격 체계가 만들어졌습니다. 강남, 서초, 송파 등 주요 지역에서는 이 격차가 더욱 심각하여 3억에서 9억까지 벌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대차3법과 토지거래허가제의 결합 효과
2024년 10월 15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강남3구는 물론 서울 전역이 포함되어, 이제 서울에서 집을 사면 2년 동안 반드시 본인이 실거주해야 합니다.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이는 매수자 입장에서 세입자가 있는 집은 아예 살 수 없다는 의미이며, 매도자 입장에서는 세입자가 있으면 집이 팔리지 않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52세 이정수 씨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2022년 마포레미안푸르지오 24평형에 전세 보증금 6억 2천만 원으로 입주했고, 2024년 계약 갱신 청구권을 사용하여 2026년까지 거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갱신 계약 1년 만에 집주인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사정이 생겨 집을 팔아야 하는데 이사비 명목으로 3천만 원을 드릴 테니 나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로 인해 세입자가 있으면 집을 팔 수 없게 되자, 집주인은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3천만 원을 주고라도 세입자를 내보내려는 것입니다.
현재 마포레미안푸르지오 24평형 시세가 24억 원이 넘는데, 세입자가 있으면 매물이 나가지 않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3천만 원을 주고 세입자를 내보내는 것이 남는 장사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정수 씨 입장에서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3천만 원을 받고 나가자니 같은 동네 비슷한 전세 시세가 8억 원 정도로 올라, 자신의 보증금 6억 2천만 원과 퇴거 보상금 3천만 원을 합쳐도 6억 5천만 원으로 1억 5천만 원이 부족합니다. 대출을 받으면 이자만 월 63만 원으로, 은퇴를 3년 앞둔 상황에서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버티자니 1년 후 만기 시에는 집주인이 제시한 3천만 원도 받지 못하고 그냥 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2026년 전세 시장 전망과 대응 전략
2026년 전세 시장은 세 가지 요인으로 인해 더욱 악화될 전망입니다. 첫째, 공급 절벽이 시작됩니다.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24,000가구로 전년 37,000가구보다 거의 50% 급감하여 통계 집계 이래 최저 수준입니다. 새 아파트가 들어오지 않으면 기존 세입자들의 이사로 인한 전세 매물 자체가 나오지 않습니다. 실제로 서울 전세 매물은 1년 전 31,000건에서 현재 22,000건으로 28% 감소했습니다.
둘째, 갱신권 만료 대량이 옵니다. 2020년 7월 임대차3법 시행 당시 계약한 분들이 갱신권을 사용하면 4년을 더 살았는데, 2024년 하반기부터 만기가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계약자들은 올해 2026년 만기가 도래합니다. 그동안 2년 살고 5% 상한을 버티던 세입자들이 새로 전세 계약을 하면 가격이 폭등합니다. 4년 전 6억 원에 들어갔던 분들이 이제 10억 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실제로 2025년 서울 아파트 갱신 계약 중 갱신권 사용 비중이 49.3%로, 이전 32.6%에서 폭증했습니다. 절반이 갱신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나가면 전세를 구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셋째, 월세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전세 물량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자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에서 준월세 비중이 55%로 절반을 넘어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세 중심에서 월세 중심으로 완전히 구조가 뒤집힌 것입니다. 2025년 서울 아파트 신규 월세 계약 평균이 130만 9천 원으로 전년 대비 16% 이상 상승했습니다. 매달 100만 원, 200만 원 넘는 월세를 내면서 저축할 돈이 없어 주거사다리가 끊어지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도 2024년 6조 1,4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 폭증하면서 전세 시장 자체가 붕괴 위기에 처했습니다.
임차인이라면 먼저 내 계약 만료일을 확인하고, 갱신권을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면 만료 6개월에서 2개월 전 사이에 반드시 행사해야 합니다. 이때 문자나 카카오톡 등 기록을 꼭 남겨야 합니다. 또한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의 신규 전세 시세를 확인하여 보증금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파악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집주인이 퇴거 보상금을 제안한다면 무조건 거절하지 말고, 금액이 합리적인지 계산해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집주인이라면 내 집이 토지거래허가제 구역에 포함됐는지 확인하고, 세입자 만기 일정을 정확히 파악하여 매도 계획이 있으면 미리 소통해야 합니다. 퇴거 보상금을 제안할 경우 신규 전세가와 현재 보증금 차이, 매매 시 입주 프리미엄을 고려하여 적정 금액을 산정해야 합니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세입자를 내쫓는 도구로 활용되는 현실은 정책의 역설적 실패를 보여줍니다. 임대차3법 보완, 토지거래허가제 예외 조항 마련, 공공전세 대폭 확대, 월세 세입자 지원 강화 등 시급한 정책 보완이 필요합니다.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의 시세 격차를 줄일 절충안 마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규제는 시장을 이길 수 없고, 시장은 언제나 우회로를 찾습니다.
[출처]
"5천만원 줄게, 제발 나가줘요" 집주인들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단희쌤)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Dt2M5gG9M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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