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뷰 전환 (한강뷰 한계, 산뷰 시대, 단독주택 재평가)
작년 여름, 한강변 아파트에 사는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 이상한 광경을 봤습니다. 한강이 훤히 보이는 거실인데 커튼을 꽉 쳐놓고 살더군요. "한강 보려고 비싸게 샀는데 햇빛이 눈부셔서 못 본다"는 푸념과 함께, 창문도 매연과 소음 때문에 못 열고 출퇴근 때마다 교통 지옥이라며 후회한다고 했습니다. 그때는 그냥 특이한 케이스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김용섭 작가의 분석을 듣고 나니 이게 단순한 개인 사례가 아니라 거대한 트렌드 전환의 신호탄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강뷰의 숨겨진 한계점
한강뷰 아파트는 지난 20년간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최고 프리미엄을 누렸습니다. 실제로 저도 강남 아파트 투자를 하면서 한강 조망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겼고, 인테리어할 때 쇠 난간을 걷어내고 유리 통창으로 바꾸는 데 5천만 원을 투자했습니다. 베젤이 얇은 독일 제품을 써서 뷰를 최대한 확보하려 했죠.
그런데 기후위기 시대에 접어들면서 한강뷰의 실제 거주 가치는 생각보다 낮다는 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폭염이 심해지면서 한강변 아파트 거주자들은 대부분 커튼을 쳐놓고 삽니다. 강렬한 햇빛과 열기 때문에 창문을 열 수도 없고, 앞에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가 있어 매연과 소음도 심합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는 곳이라 교통 체증도 일상입니다.
압구정 재개발 2구역 사례가 이 모순을 잘 보여줍니다. 현대건설이 조합에 제안한 내용을 보면, 모든 세대가 한강을 볼 수 있도록 베젤이 얇은 독일 창호로 교체하고 필로티를 10층 이상 높이는 데 총 2억 원을 추가 투입한다고 했습니다. 한강을 보이게 하는 것 자체에 건설사가 2억 원을 쓴다는 건, 역설적으로 그만큼 뷰의 가치가 높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그 가치가 실용성보다는 심리적 만족에 가깝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국산 창호를 써도 한강은 보이지만, 사람들은 더 얇은 베젤에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겁니다.
산뷰로 이동하는 부의 욕망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산뷰의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한강과 달리 산은 사계절 변화를 느낄 수 있고, 창문을 열어도 차가 날아다니지 않으며, 조용하고 공기가 좋습니다. 폭염이 와도 도심보다 체감 온도가 낮고, 무엇보다 녹지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큽니다. 제 친구가 한강변에서 커튼 쳐놓고 산 반면, 성북동에 사는 지인은 매일 아침 창문을 열고 북악산을 바라본다고 자랑하더군요.
서울 도심에서 산뷰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지역은 명확합니다. 성북동은 북악산과 연결돼 있고 광화문까지 터널 나오면 5분 거리입니다. 한남동은 이름부터 한강과 남산의 합성어로, 배산임수의 절정이죠. 부암동과 청운동은 인왕산과 북악산이 감싸고, 평창동은 북한산이 뒷배경입니다. 이 지역들이 서울의 전통적 양대 부촌인 이유는 단순히 집값 때문이 아닙니다. 집 사이즈가 기본 정원 포함 몇백 평이고, 대사관이 밀집해 있으며, 재벌 회장들이 여전히 거주하는 폐쇄적이고 조용한 동네입니다.
욕망이란 쉽게 충족되지 않아야 유효합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도심 접근성을 유지하면서도 산과 언덕, 좋은 뷰를 동시에 가진 동네는 몇 개 없습니다. 성북동에서 광화문까지 5분, 한남동에서 강남으로 쉽게 접근 가능하다는 건 은퇴한 사람이 아니라 한창 일하는 사람들에게 필수 조건입니다. 언덕이 불편하다는 건 언덕에 안 살아본 사람들 얘기고, 요즘은 차도 좋고 높은 곳에 있다는 건 곧 뷰가 확보된다는 의미입니다. 창문 열었을 때 아파트 단지나 도로만 보이는 집과는 차원이 다른 겁니다.
최근 코인이나 주식으로 돈 번 젊은 부자들이 다음 단계로 자랑하는 게 뭔지 아십니까? 정원이 있는 저택입니다. 제 주변에서도 코인으로 큰돈을 번 후배가 "다음은 정원 있는 단독주택"이라며 성북동 쪽을 알아보더군요. 아파트 주차장에서 옆 차 문콕 걱정하며 수입차 세우는 것보다, 자기만의 주차장과 벙커를 만드는 게 새로운 부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단독주택의 재평가와 투자 기회
서울에서 단독주택 거주 비율은 10%가 채 안 됩니다. 그나마 재개발 예정인 곳을 빼면 멀쩡한 단독주택은 훨씬 적습니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단독주택에 더 많이 살았지만, 지금은 아파트가 압도적으로 많아지면서 희소성의 가치가 역전됐습니다.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지금의 10대, 20대, 30대는 단독주택을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욕망을 갖게 됩니다.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아날로그와 오프라인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저는 최근 낡은 단독주택 리모델링 비즈니스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2~30년 전부터 낡은 집을 사서 잘 고쳐 두 배 가격에 파는 플리핑이 보편화됐지만, 한국에서는 최근까지도 이런 개념이 약했습니다. 우리는 집 꾸미는 데 1억을 쓰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고, 누군가 1억 들여 꾸며놓은 집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단독주택이 아파트보다 리모델링 가치가 높은 이유는 명확합니다. 낡고 오래된 아파트는 이미 재개발 대상이고, 그런 집을 산 사람들은 재개발을 염두에 두고 사기 때문에 인테리어에 큰돈을 쓰지 않습니다. 게다가 재개발도 모든 낡은 아파트가 대상이 되는 건 아니고, 한 번 재개발한 아파트는 영원히 다시 재개발 못 하는 곳도 많습니다. 지금 10~20년 된 아파트가 재개발 불가 판정을 받으면 20년 후에는 슬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몇 채가 헌물처럼 변하기 시작하면 옆집까지 연쇄적으로 가치가 떨어지지만, 단독은 분리돼 있어 개별 가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당장 모든 사람이 단독주택을 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욕망의 방향은 그쪽으로 가고 있고, 당장 집은 못 사도 그런 공간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뷰 좋은 카페, 대형 스테이, 정원 있는 펜션 같은 비즈니스가 급성장하는 이유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아파트 단지와 도로만 보며 살기 때문에, 창에서 녹지가 보이고 차가 안 보이는 공간에 대한 갈증이 큽니다. 제가 인테리어에 5천만 원을 쓴 것도, 결국 일상에서 보지 못하는 뷰에 대한 욕망 때문이었습니다.
부동산 투자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건, 뒤따라가는 사람은 비싸게 사고 앞서 나가는 사람은 싸게 살 기회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한강뷰가 정점을 찍은 지금, 산뷰와 단독주택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사람이 다음 10년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미 서울 지도를 펼쳐놓고 성북동, 한남동, 부암동 쪽 단독주택 매물을 스캔하기 시작했습니다.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이 욕망은 더 커질 겁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WlYppte_eg.jpg)